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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처음에 이 작품이 1년 전쟁의 후속작인지도 몰랐습니다. 고등학생 때 용돈을 모아 Z건담 프라모델을 처음 사면서 건담 시리즈에 발을 들였는데, 그때는 아무로와 샤아가 이렇게 긴 인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그냥 멋있어 보여서 좋아했던 거였거든요. 1988년 극장 개봉작인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는 아무로 레이와 샤아 아즈나블의 최후의 대결을 담은 작품으로, 시리즈 팬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결정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년 전쟁, 그 시작부터 알아야 이 작품이 보입니다
역습의 샤아를 제대로 즐기려면 먼저 1년 전쟁이 무엇인지부터 짚고 가야 합니다. 혹시 "그냥 건담끼리 싸우는 거 아닌가?" 싶으신 분 계신가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으니까요.
우주세기(Universal Century)라는 배경 설정에서 인류는 폭발적인 인구 증가로 인해 지구 주위의 우주 콜로니로 이주하기 시작합니다. 이 중 가장 먼 콜로니 사이드 3에서 지온 다이쿤이라는 인물이 등장해 "우주로 나온 인류는 기존 인류보다 진화한 뉴타입"이라고 주장하며 독립을 선언하고 지온 공화국을 세웁니다. 이후 데긴 소도 자비가 공화국을 폐지하고 스스로 공왕에 오르면서 지온 공국이 탄생하죠.
우주세기 0079년, 지온 공국은 지구연방에 선전포고를 하며 전면전을 일으킵니다. 이 전쟁이 바로 후에 1년 전쟁이라 불리는 분쟁입니다. 전쟁 발발 한 달 만에 지온은 사이드 2 콜로니 자체를 지구에 낙하시키는 작전을 감행하는데, 이 작전으로 연방군뿐 아니라 지온 측 인구도 반으로 줄어드는 엄청난 피해가 발생합니다. 제가 이 설정을 처음 알았을 때 "이게 전쟁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규모에 압도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8개월의 교착 상태 끝에 우주 콜로니 사이드 7에서 아무로 레이가 건담에 탑승하며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이때 일생의 라이벌 샤아 아즈나블과 처음 조우합니다. 이후 수많은 전투를 거쳐 아 바로아 쿠 공방전을 끝으로 1년 전쟁은 지구 연방의 승리로 마무리됩니다.
- 지온 공국의 선전포고 → 1년 전쟁 발발 (우주세기 0079년)
- 사이드 2 낙하 작전으로 양측 모두 인구 절반 손실
- 아무로 레이의 건담 탑승과 샤아와의 첫 조우
- 아 바오아 쿠 공방전 → 지구 연방의 승리로 종전
뉴타입이란 무엇인가, 샤아는 왜 지구를 포기하려 했나
뉴타입(Newtype)이라는 개념, 건담을 잘 모르시는 분들도 한 번쯤 들어보셨을 텐데 실제로 어떤 의미인지 아시나요? 뉴타입이란 우주 환경에 적응한 인류가 새롭게 발현하게 된 고도의 감각과 직관 능력을 가진 존재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타인의 감정이나 의도를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기존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공간 인식 능력과 반응 속도를 가진 존재입니다. 아무로 레이가 처음 건담을 탔을 때 아무런 훈련 없이도 압도적인 전투 능력을 보여준 것이 바로 이 뉴타입 능력 덕분이었죠.
1년 전쟁이 끝난 뒤, 우주세기 0086년에는 티탄즈라는 강경파 연방군 조직이 사이드 2 콜로니에 금지된 G3 독가스를 살포해 1,500만 명을 학살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에 반발한 반 지구 연방 조직 에우고에서 크와트로 바지나라는 가명으로 활동하던 샤아는 연방 의회에 난입해 "중력에 묶인 인류를 지구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라고 주장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결국 우주세기 0087년 그리프스 2에서의 혈전 끝에 티탄즈는 괴멸하죠.
그리고 우주세기 0093년, 샤아는 스위트워터 콜로니를 거점으로 네오 지온을 결성하고 제2차 네오지온 항쟁을 선언합니다. 그의 목표는 소행성 액시즈를 지구에 낙하시켜 지구의 기온을 낮추고, 어스노이드(지구 거주 인류)를 강제로 우주로 내몰겠다는 극단적인 계획이었습니다. 연방 내부의 부패와 타협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절망이 그를 이 지경까지 몰고 간 것이겠지만, 저는 그 방식에는 도무지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연방이 썩었다 해도 그게 수십억 명을 희생시키는 이유가 될 수는 없으니까요.
사이코 프레임이 만들어낸 압도적인 클라이맥스
역습의 샤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술적 설정이 바로 사이코 프레임(Psycho Frame)입니다. 사이코 프레임이란 사이코뮤 기능을 가진 컴퓨터 칩을 초소형화해 모빌슈트의 기체 프레임 자체에 내장한 기술입니다. 여기서 사이코뮤(Psycommu)란 뉴타입의 뇌파, 즉 인간의 정신적 의도를 전자 신호로 변환해 기체나 무장을 원격 조종하는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기존에는 이 장치가 대형 장비 형태였는데, 사이코 프레임은 이걸 기체 골격 자체에 녹여 넣어 파일럿의 뉴타입 능력을 극대화시킵니다.
아무로의 전용기 뉴 건담은 이 사이코 프레임을 탑재한 기체로, 애너하임 일렉트로닉스의 폰 브라운 공장에서 완성됩니다. 패널(Funnel)이라는 원격 조종 무기 유닛의 전투 장면은 이 사이코뮤 시스템이 있어야 비로소 가능한 것으로, 영상으로 보면 사방에서 빔이 쏟아지는 장면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입니다. 제가 직접 이 장면을 처음 봤을 때 "이게 1988년 작화가 맞나" 싶어서 한참 멍하니 화면을 바라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클라이맥스에서 사이코 프레임의 공명 현상이 일어나는 장면은 이 작품이 왜 전설로 불리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아무로가 액시즈를 맨손으로 밀어내려는 의지와 함께 사이코 프레임이 빛을 발하기 시작하고, 샤아의 알파 아질과 연방군 모빌슈트들까지 합류하는 그 장면은 지금 다시 봐도 소름이 돋습니다. 감독 토미노 요시유키는 단순한 액션이 아니라 인간의 의지가 물리 법칙을 초월하는 순간을 그려냈고, 그것이 이 엔딩을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되게 만드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당대 최고의 애니메이터들이 투입된 작화 퀄리티는 지금 봐도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특히 모빌슈트 전투 장면은 80년대 극장 애니메이션의 정점이라 해도 무방할 수준입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아카이브 자료에 따르면 이 작품은 당시 기록적인 제작비와 인력이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였습니다(출처: 일본 애니메이션 공식).
Beyond the Time, 그리고 이 작품이 지금도 사랑받는 이유
혹시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동안 자리를 뜨지 못한 영화가 있으신가요? 저에게 역습의 샤아가 그랬습니다. 엔딩 테마 Beyond the Time을 처음 들었을 때 그 감동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모빌슈트 비글 하고, 일본 록 밴드 TM NETWORK가 부른 이 곡은 아무로와 샤아의 긴 인연을 그대로 음악으로 옮겨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저는 지금도 Z건담과 함께 역습의 샤아를 가장 좋아하는 건담 시리즈로 꼽습니다. 요즘 나오는 건담 시리즈들도 완성도가 높지만, 아무로처럼 심리적으로 입체적인 주인공은 좀처럼 찾기 어렵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10대 때는 그냥 "멋있다"는 이유로 좋아했는데, 다시 꺼내 보니 그 배경과 캐릭터의 무게감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예전에 친구 집에 공 CD 몇 장 들고 가서 파일을 복사하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용량이 크면 CD가 불량으로 튕겨서 처음부터 다시 구워야 할 때의 허탈함은 경험해 보신 분만 알 겁니다. 그 고생을 하면서도 갖고 싶었던 작품이었으니, 제게 이 시리즈가 얼마나 각별했는지 짐작이 가실 겁니다.
건담 프라모델, 이른바 건프라(Gunpla) 측면에서도 역습의 샤아는 특별합니다. 건프라란 건담 시리즈의 모빌슈트를 조립식 플라스틱 모델로 재현한 상품 라인을 말합니다. 뉴 건담 기체는 아직 직접 조립해보지 못했지만, 반다이(BANDAI)의 마스터 그레이드(MG) 혹은 리얼 그레이드(RG) 라인업으로 출시된 뉴 건담은 현재 기준으로 부품 정밀도와 조형 퀄리티가 과거 아카데미 모형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수준입니다(출처: BANDAI 건프라 공식). 솔직히 이 작품을 다시 보고 나니 뉴 건담 건프라를 한 번 더 조립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역습의 샤아, 건담 시리즈 처음 보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나요?
A. 솔직히 쉽지는 않습니다. 1년 전쟁, ZZ건담까지 이어지는 우주세기 시리즈의 흐름을 어느 정도 알고 봐야 아무로와 샤아의 대립이 왜 그렇게 무게감 있는지 느껴집니다. 처음 보시는 분이라면 기동전사 건담 0079 TV판 혹은 극장판 3부작부터 시작하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그래야 이 작품이 가진 감정의 깊이를 온전히 즐길 수 있거든요.
Q. 뉴타입이랑 사이코뮤, 이 둘이 정확히 어떻게 연결되는 건가요?
A. 뉴타입이 가진 고도의 감각, 즉 뇌파와 정신적 의도를 전자 신호로 받아서 기체를 조종하는 장치가 사이코뮤입니다. 뉴타입이 없으면 사이코뮤가 의미 없고, 사이코뮤가 없으면 뉴타입의 능력이 전투에서 충분히 발휘되지 않는 관계라고 보시면 됩니다. 판넬 같은 원격 조종 무기도 이 연결 위에서만 작동합니다.
Q. 역습의 샤아 뉴 건담 건프라는 어떤 등급이 좋은가요?
A. 반다이에서 MG(마스터 그레이드)와 RG(리얼 그레이드) 등급으로 모두 출시되어 있습니다. MG는 내부 프레임까지 재현해 조립 과정 자체가 즐거운 편이고, RG는 작은 크기에 높은 정밀도를 원하는 분께 적합합니다. 저는 아직 뉴 건담을 만들어보지 못했지만 다음에는 꼭 MG 버전으로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Q. 엔딩 테마 Beyond the Time은 누가 불렀나요?
A. 일본 3인조 밴드 TM NETWORK가 불렀습니다. 1988년 영화 개봉 당시 발표된 곡으로, 지금도 건담 팬들 사이에서 역대 건담 주제가 중 손꼽히는 명곡으로 평가받습니다. 작품을 다 보고 나서 이 곡을 들으면 감동이 배가 된다는 것, 직접 경험해보시면 바로 아실 겁니다.
결론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는 단순한 로봇 배틀 애니메이션이 아닙니다. 1년 전쟁에서 시작된 아무로와 샤아의 인연이 우주세기 0093년에 어떻게 마무리되는지를 보여주는, 한 시대의 대단원입니다. 뉴타입, 사이코뮤, 사이코 프레임이라는 개념들이 클라이맥스에서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은 지금 봐도 압도적입니다.
Z건담 프라모델로 건담 시리즈를 시작했던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저는 여전히 이 우주세기 시리즈가 가장 마음에 남습니다. 이 작품을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일단 기동전사 건담 0079부터 순서대로 보시길 권합니다. Beyond the Time이 흐를 때의 감동은 그 순서를 지켜야만 온전히 느낄 수 있으니까요.